"하늘이 하얗게 날아갔어요"

'노출이슈'에서의 기술적 한계를 설명하고, 신랑신부님께서 참고하실 수 있는 정보를 남겨드립니다.

"하늘이 하얗게 날아갔어요"
하늘의 하이라이트가 날아간 사진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고 기술적 난이도가 낮아짐에 따라 사진가의 진입장벽이 무너지다시피 낮아졌습니다. 그 결과 본식스냅 작가라는 사람들 중에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이들이 너무나도 많지요. 망한 본식스냅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것도 이젠 놀랍지 않습니다.

저 역시 웨딩카페는 매일같이 방문하기에, 그런 글은 올라오는 족족 읽고있습니다. 분명 혀를 찰 정도로 잘못된 사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본식스냅 망했어요' 라는 글에 첨부된 사진들을 보다보면, 촬영자의 잘못이 아닌 것들도 자주 보이곤 하죠.

특히 "드레스가 너무 밝아서 디테일이 보이지 않아요",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 버렸어요" 같은 이슈글을 볼때면 문제를 삼을 사진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식장에서는 촬영자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조명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많거든요.

신랑신부님들은 사진의 기술적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이해하고계신 상황이 아니기때문에 당연히 촬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노출이슈'에서의 기술적 한계를 설명하고, 신랑신부님께서 참고하실 수 있는 정보를 남겨드리겠습니다.

1. 다이나믹 레인지


다이나믹 레인지라는 말, 생소하실 거에요. 사진에서 다이나믹 레인지는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을 얼마나 넓은 범위로 함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우리 눈은 아주 밝은 햇빛 아래에서 하얗게 빛나는 드레스도 보면서 동시에 그늘진 곳의 어두운 부분도 잘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카메라는 눈처럼 모든 것을 똑같이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밝고 어두운 곳을 동시에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화창한 야외에서 찍은 사진
예를 들어, 화창한 야외에서 찍은 웨딩 사진을 생각해 볼까요? 위 사진을 보면 신부님의 드레스는 충분한 햇빛 아래에서 화사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동시에 배경에 있는 하늘을 보면, 밝다 못해 하얗게 날아가버렸죠. 우리 눈으로 보면 어느쪽이라도 문제없이 디테일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카메라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드레스의 디테일을 살리려면 하늘이 너무 밝아지고, 하늘을 살리려면 드레스와 얼굴이 너무 어두워지죠. 이처럼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동시에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에요.

2. 노출차


노출차는 조금 더 쉽게 설명드릴 수 있어요. 빛이 잘 닿은 곳과 빛이 잘 닿지 않은 곳의 차이, 즉 밝은곳과 어두운곳의 차이입니다. 심지어 똑같은 양의 빛을 받더라도 물체의 색깔에 따라 밝기가 다른데, 대표적인 예가 새하얀 드레스와 신랑신부님의 얼굴입니다. 특히 강한 빛 아래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심하게 음영이 진 얼굴 사진
그렇기에 햇빛이 강한 야외, 혹은 핀라이트가 유독 강한 어두운 웨딩홀은 이런 노출차로 인해 촬영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드레스에 맞춰서 밝기를 조정하면 얼굴이 잿빛이 되고, 반대로 얼굴에 맞추면 드레스의 흰색 디테일은 데이터 자체가 하얗게 날아가버릴 수 있어요. 이러한 상황은 촬영자들이 자주 겪는 문제입니다.

3. 드레스와 하늘이 날아가는 이유


신부님들이 가장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드레스나 하늘이 너무 밝게 나와서 디테일이 날아가 버리는 현상이에요. 어떤 사진을 보면 드레스의 섬세한 레이스나 주름이 잘 보이지 않고, 그저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죠.


드레스 일부 디테일이 날아간 사진
이렇듯 사물이 너무 밝게 촬영되면 디테일이 사라지고 마치 종이처럼 평면적인 느낌이 납니다. 이것을 "하이라이트가 날아갔다(탔다)" 고 표현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보정으로도 되살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카메라 센서는 일정 기준을 넘어선 밝기를 데이터로서 남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없다면 후보정단계에서 밝기를 낮춰도 살아나지 못합니다.

이전 보정관용도에 대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날에는 장비와 보정의 기술이 좋아져서 왠만한 노출차는 극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강렬한 햇빛이나 조명 아래에서는 다이나믹 레인지 안에 암부와 명부를 모두 담아낼 수 없어 어떻게 촬영하더라도 손실되는 부분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밝은 부분이 심하게 날아간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 안의 어두운 부분을 찾아보세요. 신랑신부님의 얼굴이나 다른 중요한 요소가 어둡다면, 그부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피치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촬영자가 노출차를 극복하는 방법

1) 어둡게 찍기


웨딩사진은 보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때문에 스냅작가는 결과적으로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보정관용도의 범위를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선택' 을 하게 됩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신랑신부님은 원본을 보고 잘못찍은 사진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의도임을 이해한다면 안심하실 수 있을 거에요.


다이나믹레인지 그래프

그 대표적인 선택이 바로 '어둡게 찍기' 입니다. 위 그래프처럼, 디지털 센서는 일정 이상으로 밝아진 데이터를 아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와 반대로 어두운 영역은 완전히 컴컴한게 아니라면 미약하게나마 정보가 남지요. 하지만 미약하기때문에 보정단계에서 끌어올리려면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밝게 찍어 배경이 하얗게 날아간 사진
인물이 어두운 대신 배경이 날아가지 않은 사진


위 상황에서 입장하는 신랑에게 노출을 맞추면(위) 배경이 날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촬영자는 밝은 부분이 손실되지 않는 선까지 노출을 내려(아래) 촬영한 뒤에 보정으로 암부를 끌어올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No signal vs Noise, 한쪽을 선택해야한다면 차라리 노이즈가 낫다는 판단입니다.

2)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기


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어두운곳에 있다면, 밝은 부분을 살리겠다고 무작정 어둡게 촬영할 수는 없습니다. 배경이 밝게 날아가더라도 얼굴이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배경을 포기하고 피사체를 기준으로 노출을 맞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파란 하늘이 예쁘다고 해도, 최고의 순간에 얼굴이 새카맣게 나와서는 안되지 않겠어요?

3) 플래시를 활용하여 노출차 극복하기


사진 속에서 주인공이 돋보이려면, 기본적으로 배경보다 피사체가 밝아야합니다. 따라서 피사체에 비해 배경이 어두운 노출차가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환영할 상황입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이지요.

사진조명은 단순히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는 도구만이 아니에요. 노출차가 큰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신부님의 얼굴과 드레스를 조금 더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밝기로 표현할 수 있어요.


하늘에 노출을 맞춘 사진
하늘에 노출을 맞춘 후에 인물에 조명을 터트린 사진
플래시를 활용하면 배경이 너무 밝거나 어두워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빛을 나누어 사진의 질감을 살릴 수 있어요. 특히, 프로 사진작가들은 플래시의 밝기를 조절해서 자연광과 플래시 빛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정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신부님의 드레스는 물론 배경도 너무 밝거나 어두워지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웨딩상황에서 적절한 위치에 조명을 세워두고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때문에, 아쉬운대로 카메라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플래시를 활용하곤 합니다. 이로인해 몇가지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인 완성도를 위해 감안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웨딩스냅의 긴박한 순간에 조명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영역입니다. 어설프게 활용해서는 오히려 사진을 망칠 수 있지요. 때문에 일반적인 본식스냅 업체는 기본적으로 노플래시촬영을 베이스로 합니다.

4) 브라케팅


브라케팅이란 한 장면을 여러 번 찍되, 각각 다른 노출 값으로 촬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3장 이상의 사진을 찍게 되는데, 하나는 카메라가 자동으로 설정한 표준 노출로, 나머지 두 장은 각각 더 밝게 또는 더 어둡게 찍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노출로 촬영한 사진들을 나중에 보정 과정에서 합치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모두 잘 표현한 한 장의 완성도 높은 사진을 만들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세 장의 사진이 똑같이 촬영될 수 있도록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사진들을 합칠 때 위치가 맞지 않아서 결과물이 어긋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삼각대나 손떨림 방지 장비를 사용하거나, 촬영 시 빠르고 정확하게 연속으로 사진을 찍어냅니다.

다시말하면 브라케팅을 위해서는 몇 초의 시간동안 촬영자와 피사체가 모두 꼼짝않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본식스냅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5. 마무리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사진을 담아내고자 하는 마음은 신랑신부님 만큼이나 사진작가에게도 절실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모든 장면이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블로그의 글들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 아쉬운 결과가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안심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작가와의 소통입니다. 신부님이 어떤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미리 충분히 이야기하고, 그에 맞춰 촬영과 후반 작업을 진행하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

신부님의 소중한 순간이 사진 속에서도 언제나 아름답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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